18.05.02 연극 <엘렉트라>, 한태숙 연출/장영남(엘렉트라), 서이숙(클뤼타임네스트라) 출연
연극 <엘렉트라>
연출: 한태숙 / 원작: 소포클레스(각색: 고연옥)
출연: 장영남(엘렉트라), 서이숙(클뤼타임네스트라), 박완규(아이기스토스), 백성철(오레스테스),박수진(크리소테미스)
(관극일시 및 장소 : 18.05.02 20시, LG 아트센터)
+ 5/2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도 참여했음. 관대에는 한태숙 연출님과 장영남, 서이숙, 박완규, 백성철, 박수진 배우님이 참여하셨다.
한태숙 연출님의 극 구성력은 정말 대단하다. <오이디푸스>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TK의 수업과 그 때의 프로그램북을 몇 번 다시 읽어봤는데 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말 명확하고 그 메세지를 극적(이게 중요!)으로 나타내는 법을 정말 잘 아시는 분인 것 같다. 배워볼 기회가 있으면 정말 영광일텐데....한태숙 연출님은 정말로 배우고 싶은 분. 특히나 정형성을 거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신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만큼 관객에의 신뢰가 높고, 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기 때문이겠지. 그 자신에게도 그러하고 말이다.
엘렉트라는 정말 재밌고, 오랜만에 만난 잘 만든 극이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스포) 역시 진부한 반전이 아니라 인물의 평범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는 점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나는 극이 가지는 일관성과 대사 사이의 논리적 통일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한태숙 연출님 역시 그 과정을 매우 꼼꼼하게 따지시는 것 같았다. 극이 끝난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엘렉트라는 1년 동안 만들어진 극이었는데 그 시간이 오래가 아니었다, 짧은 시간동안 구상한 극이었다, 고 스스로 평하신 말을 듣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기야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나온 극이니 극을 만드는 사람들, 배우들, 무대, 조명, 사운드 모두가 하나의 메세제를 담고 있겠지. 그럴만 하다. 극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엘렉트라 안에서는 정말 해야할 말이 많은데, 꼭지를 나눠보자면
1) 엘렉트라와 '여성성' , 2) 신과 인간 3) 정의란 무엇인가 4) 보편적 인간 vs 영웅
대충 이렇게 나눌 수 있겠다. 말로 풀어내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니... 일단 꼭지만 나눠놓고 나중에 한 번 더 글을 쓰도록 하겠다.
간단하게만 정리해놓고 나중에 이 틀을 토대로 다시 제대로 올릴 예정.
1) 엘렉트라와 여성성
: 이 꼭지에서는 엘렉트라의 소위 정신적 '남성성'과 신체적 '여성성' 을 다룰 예정. 그리고 나아가 이 극이 갖게되는 여성해방적인 의미를 다룰 것.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럴 단어를 찾지 못하는게 아쉽다. 말해두지만 여기서 '남성성'과 '여성성'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임을 미리 밝힌다.
엘렉트라는 '남자가 되고 싶은 여성' 이었음. 하지만 엘렉트라가 가지는 사랑에의 결핍과 정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엘렉트라의 궁극적 지향은 결코 남성과 여성과의 대립 안에 갇히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극이 가지는 함의가 대단하다고 볼 수 있음. 소위 '페미니즘 극'이라고 나오는 여성 vs 남성 구조의 흔해빠진 급진주의 페미니즘 극보다 훨씬 여성해방론적인 의미를 깊이있게 담아내는 극.
+ 여기서 크리소테미스 얘기도 해야 한다.
2) 신과 인간
: 클뤼타임네스트라 vs 엘렉트라
포스터에서 드러난 두 주인공의 치열한 대립각을 다뤄야 함. 여기서 신이란 흔히 추구되어 왔던 본질적 존재, 절대적인 진리 뭐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엘렉트라는 개인, 상대적인 가치, 보편도덕에 반하는 정의, 이런 것으로 읽힐 수 있겠다.
3) 정의란 무엇인가
: 엘렉트라가 그토록 추구했던 정의란 무엇일까? 정의라는 것은 있을까? 아직 생각이 많아서 무슨 얘기를 중점으로 다뤄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음. 일단 떠오르는 것만 여러개 적어보면,
- 시대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 듯.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 저항군 모두가 다르게 생각하는 정의. 그들의 정의는 서로서로 충돌하고, 하나의 결집을 모아내지 못한다. 그렇기에 아이기스토스의 군대(?)에게 밀리기도 하고, 그 안에서 배신에 배신으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함.
- 한편, 오레스테스는 이런 세태를 떠나서 모든 것을 잊고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데, 그의 평화는 결국 의무와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히고 만다. 그들이 오레스테스에게 내미는 책임은 무엇으로부터 온 걸까. 무엇을 위한 것일까.
4) 보편적 인간 vs 영웅
: 한태숙 연출님이 선호하는 영웅의 범인화.
엘렉트라는 결국 위인이 아니었고, 클뤼타임네스트라 역시 그러했다. 그 둘은 치열하게 대립하고 대단히 영웅적인 카리스마를 보이지만 결국 모두 죽고 ***(스포)가 승리함. 이 ***의 등장으로 이들은 모두 하나의 스쳐지나가는 역사가 되고, 어떤 대단한 변곡점으로 남기보다 그들은 모두 역사를 이루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여진다. 삶으로 채워진 역사인 것임.
언제 글을 다시 쓸 수 있을까!!! 수정하지 않고 새 글을 팔지, 아님 이 글에서 수정해서 글을 올릴지도 고민이다. 아마 새 글을 파지 않을까 싶은데...암튼. 잘만 쓰면 기사로도 기고해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