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09 2018 연출의 판 쇼케이스 <프로토콜>, 소극장 판
2018 연출의 판 쇼케이스
박해성 <프로토콜>
(관극 일시, 장소 : 18.09.09 소극장 판)
“연극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판을 벌이다”
국립극단에서 요즘 흥미로운 쇼케이스를 하고 있다.
구성이 재밌어보여서 보러갔음. 무료이기도 하고! 티켓팅이 좀 치열하긴 하지만8ㅅ8
쇼케이스 문을 연 작품은 박해성 연출의 <프로토콜>이었다.
특이하게도 연구 발표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이었다.
극장에 들어가자 연구원이 관객들과 같이 '비커밍 휴먼'이라는 플스 게임을 하고 있었다.
공연 내용도 관객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될 것 같아 기대됐음.
연구 발표회
"공연이 아니라 연구 발표회"
내용은 응용연극연구소에서 연극의 공정화, 일상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발표회였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질문이었는데, "오늘 한 것이 공연이었냐 발표회였냐?"고 하니 연출님께서
"소위 렉처 퍼포먼스라고도 하지만, 오늘 한 것은 분명히 연구 발표회다. 특별한 공간, 특별한 인물, 특별한 시간에서
벗어나 그 동안 하고싶었던 말을 연구과정을 거쳐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을 뿐." 이라고 답하셨다.
먼저 연극이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
"오디션은 왜 위압적인 분위기여야 하는가"
오디션 과정에서 지나치게 '갑'스러운 권위를 휘두른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는 한 연구원의 경험에서
시작된 공정한 오디션 프로젝트였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대충 이렇게 적었다....죄송합니다...)
실제 극단에서 오디션 진행해보는데, 최대한 지원자들을 배려하는 식으로 진행하자는 내용이었다.
먼저 지원서에 나이, 신체 사이즈, 경력을 적지 않고 대신 짧은 물음에 대한 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도록 했다.
그렇게 1,2차를 거쳐 최종면접까지 오게 된 지원자들에게는 오디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고,
차비를 주며, 향후 피드백을 약속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연극의 일상화에 관한 프로젝트.
"누가 연극을 신격화했는가"
연극은 그 동안 '엄격 근엄 진지'했었다. 누가 연극을 신격화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연구라고 했다.
왜 극장 안에만 들어오면 왜 무거워지고 거창한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그 생각에서 벗어나보자고 한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가장 연극에서 거리가 먼 유투브, 게임, 한없이 가벼운 21세기 빅재미들에서 실마리를 가져온다.
연구원들은 연극도 일상이 될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 내용은 연구원들의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결과를 관찰하는 것.
연구소에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유투브에 올라온 30초짜리 영상을 단 1초라도 봤다면 우리가 그 사람의 일상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우리가 집중하고자 한 것은 유튜브를 올린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영향을 끼친 그 3000여명의 각 개인의 삶이다.
/ 관객과의 대화 /
관대 시간에 맞춰 예약했고 듣고 왔다ㅋㅋㅋ관대가 있는데도 안 가면 왠지 불안하단 말이지.
Q1: 발표회인가 공연인가?
A: 발표회다. 공연이라면 자신이 이 무대에 올라와있지 않을 것.
Q2: 연구 초점은 (1) 공정 (2) 일상이었다. 왜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정했고, 그 중에서도 오디션이라는 상황을 설정했는지?
A: 주제를 정할 때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 모두가 공감했던 경우가 오디션이었기 때문.
Q3: 게임에 대한 질문.
A: 21세기 빅재미 수준이 이렇게나 올라왔다. 서사와 드라마의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는데 연극만 제자리여서야 되는가.
/ 결론 /
연극이 권위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일상으로 스며들어야 하지 않느냐.
/ 내게 남은 질문 /
나름 연구소에서 내린 결론은 그런대로 깔끔했다. 그렇지만 내게 남은 질문이 아직 많았다.
과연 그렇게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연극의 주체는 과연 누구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드라마와 서사가 그 일을 직접 경험하는 개인의 몫으로 넘겨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연극은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을까. 드라마와 게임, 유튜브와 차별화된 무엇으로 남을 수 있는걸까?
그렇게 되고서도 여전히 '연극' 이라고 칭할 수 있게 될까?
또, 연극이 개별적인 가치로써 존재하게 된다면 과연 연극을 만든 시간, 힘, 사람들의 몫은 무엇으로 남는가.
나아가서, 연극의 책임은 어디를 향하는가.
그 극을 본 사람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떠넘겨져야 하는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