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18.04.26 연극<행복한 날들>, 혜화동1번지 세월호2018 시리즈

얍씨 2018. 5. 4. 23:57

 

 

 

연극 <행복한 날들>


 

공연: 프로젝트 쌍시옷 X 송정안(연출)

 극작: 원작<Happy Days> 사무엘 베케트, 아일랜드, 1961

출연: 강정임(위니), 윤성원(윌리)

기획/제작 : 연극 실험실 혜화동 1번지 6기동인, 고주영, 이도원


(관극일시 및 장소 : 18/04/26 20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사실 에쿠우스보다 하루 먼저 본 작품인데 이제 후기를 끄적여본다.

 

 

'세월호 2018'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기획한 시리즈형 공연 프로젝트인데,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을 초청해서 공연하나보더라. 정확한 프로젝트명은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기획초청공연 세월호2018>이고 캐치프레이즈는 세월호로 우리의 세계는 재구성되었습니다.”라고 합니다.

 


 얼마 전 세월호 4주기 집회도 3주기랑은 다르게 크게 문제제기한 부분이 없어서인지 평범(?)하게 지나갔는데, 이렇게 다시 끌어올려주니 반갑고 고맙고 그렇더라. 물론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세월호에서 첨예하게 다뤄야 할 이슈들이 무뎌지면서 슬슬 다시 가라앉고 있는데, 좀 다시 띄워올릴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집회 있기 전 박근혜 공판도 있었는데 묶어서 좀 첨예하게 투쟁하지 못했던 게 아쉽긴 했다. 아무래도 불을 지필 이슈가 없으니 섣불리 힘을 집중하기 어려웠을지도.

 

 

 4,5월에 마냥 습관처럼 연극계에서 다뤄지는 세월호, 광주항쟁이 그저 기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슬픔에 매몰되거나 사건에서의 정치적 이슈를 건드리는 것 이상으로, 관객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느낄 수 있는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서로 이어지게 만들 수 있어야 역사도 살아있는 것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치적 이슈를 담은 사건을 만들어내는 연출가들은 자신이 어떤 관점으로 사건을 볼 것인지, 이를 위해선 작품에서 겨누는 대상이 누구냐를 잘 설정해야 할텐데, 그런 관점에서 <행복한 날들>은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1. "행복한 날이에요"

위니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행복한 날이에요~라는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땅 속에 몸 절반이 묻히고, 그럼에도 아주 사소한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 절절해보였다. 칫솔에 쓰여진 지워져가는 글자를 읽으려고 애쓰고, 보이지 않는 저 뒷편에 잠들어있는 남편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고, 기상벨이 울리고 나서부터 취침벨이 울리기 전까지 길고 무료한 시간을 채워넣는 것. 어떻게든 지치지 않으려고, 자신에게 말하고, 가방에서 차례차례 칫솔, 빗, 거울, 립스틱, 모자를 꺼내 몸단장을 하고, 행복할 요소를 찾고, 삶을 메워가는 위니.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가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살아가는게 인간이라고 하는 그 대사가 너무 슬펐다. 정확한 대사가 기억나면 좋으련만


2. 세월호와 행복한 날들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서 위니가 과거를 회상할 때, 그 때 묘사하던 끔찍한 비명이 아직도 머리에서 맴돈다. 우리는 권력에 의해 무너지고 망가진다. 그리고 우린 또 살아가겠지. 살아지는 것인지 살아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3. 총평

좋은 극작! 좋은 극! 좋은 독백! 

하지만 너무 안 좋았던 내 컨디션때문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게 너무 아쉽다.. 며칠 지났다고 극 디테일을 싹 잊어먹어버렸음ㅠㅠㅠ아쉬워라.....공연 만드신 분들께도 정말 죄송하다......극은 컨디션 좋을 때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