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무모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공연을 마치고 과제 제출도 겨우 마치고 뒤늦게 광장에 합류했다.

 

16년의 그때와는 분명 달랐다. 밉고 믿을 수 없는 자들이 가득했던 그 때가 아니었다

 

한강진 3박 4일 연속 농성 이후,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투로, 정말로 저 사람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그야말로 자기 생을 노출시키는, 무대 위에  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보는데 참. 심장이 쿵쿵 뛰었다. 한 사람에게 응축된 서사들이 저 무대 위 5분 동안 쉼없이 그야말로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1인 시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연 준비도 후순위로 미루고 온통 광장 생각만 잔뜩 했다.

공수처가 1월 3일에 윤석열 체포를 포기하고 돌아간 지 벌써 8일째.

 

오늘 광화문 푸드트럭존 근방에서 선전전을 하다가 문득, '나는 저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일까' 생각했다.

이어서 섬짓했다. 나는 지나가는 저들을 보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아서.

저 사람들을 구체적 존재가 아니라 승화된 '민중'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유인물을 나눠줄 행인, 우리의 메세지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청자, 움직일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는 정치적 주체. 덩어리진 '민중'

 

이 기록은 거리에 쏟아진 사람들에게 나로부터 출발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연습이다.

 

저 사람들이 누구지.

어디에서 무얼 하다가 여기 있나.

지금은 어떤 자세로 어디를 보고 있지. 무엇을 하나.

얼굴은, 몸짓은, 말투? 보폭. 영역. 같은 걸 관찰하고 적는다.

 내가 그에게서 무얼 먼저 봤고 무얼 가깝게 느꼈는지 만약 말을 섞었다면 주고받은 대화를 기록한다.

 

그러면 정말로 알게 될 거다. 저 사람들이 무게를 갖고 살아 움직이는 구체적 개별자임을, 세상을 변혁하는 주체임을.

이 작업으로 돌출되는 민중들의 표면을 더듬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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