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다시 사용해보려 한다.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쪽글을 끄적이고 기록하려 한다.

보았고 느꼈던 것을 나눈다면 내 일을 소중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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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

호랑이기운 이오진 작, 이래은 연출

성미산 마을극장, 19.11.21~12.08

 

 

 

관극일시 : 19.11.24 (일) 19시 공연

 

 

 

'성관계는 언제 맺어야할까?'

'임신한 친구에게 나는 뭐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섹스는 본능적인 것일까?'

'임신중단은 합법화되어야 할까?'

'청소년은 절대로 섹스하면 안되는 걸까?'

'좋아하면 곧 섹스하는걸까?'

'어른들은 이런 걸 다 생각하면서 섹스하는걸까?'

 

 

 

 

 

시작하자마자 기존 감각을 와장창 깨뜨려줌.

 

배우들이 막 웃기고 이상한 소리로 

대충, 막, 연주랑 노래를 해준다.

 

 

자위 장면도 센스있게 해결했고, 캐릭터들도 들쑥날쑥해서 재미있다.

 

 

 

그러니까

 

청소년 섹스요??? 세엑스으????

어떡하지??????

 

이러지 말고

걱정말고, 마음 푹 놓고 보러 가시면 된다. 

 

 

 

재밌고, 생각도 많아진다.

 

 

더 재밌게 보려면 방석 좌석에 앉는 걸 추천함. 

몸을 막 이리저리 옮기면서 꿈지럭대며 공연 봐야 함. 

 

 

우리가 언제 공연을 꿈지럭거리면서 보겠음??

이렇게 맘껏 관크할 수 있는 공연 많지 않으니 꼭 방석 좌석에 앉아서 보십셔

 

 

 

예매링크 찾는게 좀 어려웠으니 남들은 나처럼 고생하지 말라고 올림.  

성인은 주말에만 볼 수 있음. 

 

 

예매 링크 : http://www.imbom.or.kr/%EA%B5%90%EC%9C%A1%EC%97%B0%EA%B7%B9-2

 

교육연극 |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연극소개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랑의 거리는 얼마 만큼인가요?섹스를 해도 되는 시기와 기준이 있을까요?삶에서 오는 두려운 고비에 性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함께하며 우리는 그 기로에서 매순간 선택 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는 4명의 청소년과 그의 가족들을 통해 섹스와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해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는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www.imbom.or.kr


2018 연출의 판 쇼케이스

박해성 <프로토콜>


(관극 일시, 장소 : 18.09.09 소극장 판)

 


연극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판을 벌이다

국립극단에서 요즘 흥미로운 쇼케이스를 하고 있다.

구성이 재밌어보여서 보러갔음.  무료이기도 하고! 티켓팅이 좀 치열하긴 하지만8ㅅ8



쇼케이스 문을 연 작품은 박해성 연출의 <프로토콜>이었다. 

특이하게도 연구 발표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이었다.

극장에 들어가자 연구원이 관객들과 같이 '비커밍 휴먼'이라는 플스 게임을 하고 있었다. 

공연 내용도 관객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될 것 같아 기대됐음. 




연구 발표회

"공연이 아니라 연구 발표회"



내용은 응용연극연구소에서 연극의 공정화, 일상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발표회였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질문이었는데, "오늘 한 것이 공연이었냐 발표회였냐?"고 하니 연출님께서 

"소위 렉처 퍼포먼스라고도 하지만, 오늘 한 것은 분명히 연구 발표회다특별한 공간, 특별한 인물, 특별한 시간에서 

벗어나 그 동안 하고싶었던 말을 연구과정을 거쳐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을 뿐." 이라고 답하셨다. 



먼저 연극이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 

"오디션은 왜 위압적인 분위기여야 하는가"



오디션 과정에서 지나치게 '갑'스러운 권위를 휘두른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는 한 연구원의 경험에서 

시작된 공정한 오디션 프로젝트였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대충 이렇게 적었다....죄송합니다...)


실제 극단에서 오디션 진행해보는데, 최대한 지원자들을 배려하는 식으로 진행하자는 내용이었다. 

먼저 지원서에 나이, 신체 사이즈, 경력을 적지 않고 대신 짧은 물음에 대한 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도록 했다. 

그렇게 1,2차를 거쳐 최종면접까지 오게 된 지원자들에게는 오디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고, 

차비를 주며, 향후 피드백을 약속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연극의 일상화에 관한 프로젝트.

"누가 연극을 신격화했는가"



연극은 그 동안 '엄격 근엄 진지'했었다. 누가 연극을 신격화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연구라고 했다.

왜 극장 안에만 들어오면 왜 무거워지고 거창한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그 생각에서 벗어나보자고 한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가장 연극에서 거리가 먼 유투브, 게임, 한없이 가벼운 21세기 빅재미들에서 실마리를 가져온다. 

연구원들은 연극도 일상이 될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 내용은 연구원들의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결과를 관찰하는 것.


연구소에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유투브에 올라온 30초짜리 영상을 단 1초라도 봤다면 우리가 그 사람의 일상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우리가 집중하고자 한 것은 유튜브를 올린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영향을 끼친 그 3000여명의 각 개인의 삶이다




/ 관객과의 대화 /

관대 시간에 맞춰 예약했고 듣고 왔다ㅋㅋㅋ관대가 있는데도 안 가면 왠지 불안하단 말이지. 



Q1: 발표회인가 공연인가?

A: 발표회다. 공연이라면 자신이 이 무대에 올라와있지 않을 것.

 

Q2: 연구 초점은 (1) 공정 (2) 일상이었다. 왜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정했고, 그 중에서도 오디션이라는 상황을 설정했는지?

A: 주제를 정할 때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 모두가 공감했던 경우가 오디션이었기 때문.

 

Q3: 게임에 대한 질문.

A: 21세기 빅재미 수준이 이렇게나 올라왔다. 서사와 드라마의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는데 연극만 제자리여서야 되는가.



/ 결론 /

연극이 권위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일상으로 스며들어야 하지 않느냐.

 


/ 내게 남은 질문 /

나름 연구소에서 내린 결론은 그런대로 깔끔했다. 그렇지만 내게 남은 질문이 아직 많았다. 


과연 그렇게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연극의 주체는 과연 누구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드라마와 서사가 그 일을 직접 경험하는 개인의 몫으로 넘겨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연극은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을까. 드라마와 게임, 유튜브와 차별화된 무엇으로 남을 수 있는걸까? 

그렇게 되고서도 여전히 '연극' 이라고 칭할 수 있게 될까? 


또, 연극이 개별적인 가치로써 존재하게 된다면 과연 연극을 만든 시간사람들의 몫은 무엇으로 남는가


나아가서, 연극의 책임은 어디를 향하는가

그 극을 본 사람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떠넘겨져야 하는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



 연극 <기록의 고고학>

기획 및 제작 : 가청주파


Ep1. 생기부는 무슨 체로 써야 하나요?

대본 및 연출 : 전지욱 / 출연 : 최혜정, 한아름솔, 이연주


Ep2. 동네

대본 및 연출 : 강남 / 출연 : 구시연, 한혜진, 남태훈, 배수진, 백유진


(관극 일시 및 장소:  18.09.07 19시30분, 언더스탠드 에비뉴 아트스탠드)




별개의 에피소드 두 개가 1, 2막으로 나눠서 진행되는 방식의 연극이다.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가서 핸드폰을 끌 타이밍도 없었다. 

1막 내내 핸드폰이 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집중을 못했다. 아쉽


공연은 꽤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와 소재를 다룬다. 하지만 적당한 완급조절로 보는 사람이 지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텀블러 후원으로 받아 온 대본집과 공책은 책꽂이에 얌전히 전시해놨다. 소위 '밀당'에 성공한 좋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급히 들어가느라 티켓샷도 못 찍고... 공연 끝나고 나오면서 찍은 컷 하나만 남았다ㅠㅠㅜㅜ흑흑)

 



Ep1.

생기부는 무슨 체로 써야 하나요?

 

/  진짜 나는 누구인가  /


ep1에서는 자소서에 쓰인 나는 과연 진짜 나라고 볼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나를 꾸며내는가, 라는 물음을 던진다.


생기부 작성 컨설팅을 받으러 온 혜미. 그리고 혜미와 같은 꿈을 꾸고 작가의 길을 걸어보려 했지만 간호학과라는 꼬리표 때문에 성공적인 데뷔에 실패한 후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유나.

 

혜미는 컨설팅 도중 체계적인 생기부를 위해 자신이 진짜 좋아했던 걸 포기해야했던 재희를 떠올리며 감정에 북받친다. ‘이런건 다 가짜잖아요. 이런 종이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요라며 답답한 마음을 표출하는 혜미. 확실히 아직 현실을 맛보지 않은 고등학생이 할 법한 말이었지만 혜미가 얼마나 순수하게 시를 좋아했고 유기견 봉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봤던 우리는 그 뻔한 연설에도 마음이 움직였다


만약 극작이 여기서 그쳤다면 흔한 교훈적인 스토리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조금 더 현실을 보여준다. 혜미와 같은 꿈을 꿨던 성인동화작가 지망생 유나를 통해 그럼 진짜는 뭔데?’라는 물음을 던진다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도 똑같이 자소서에 무엇을 써야하는지 고민하고, 자소서 안에 들어있는 물감으로 뒤덮인 예쁜 핑크빛 강이 과연 '진짜' 나인가 물으며 괴로워한다. 아마도 삶을 살면서 평생 느껴야 할 괴리감을 동화적으로 잘 표현했다.

 

/ 재밌었던 점 /


- 관객을 잘 끌어당길 수 있는 귀여운 포인트들이 있었다. 작은 소품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 핑크빛 조명이 너무나 예뻤다. 화가의 옷, 그림의 색감이 어우러져서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 다양한 동선 활용. 혜미와 재희 화가가 책상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대를 활보하고 다닌다. 단상 위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책상 위로 올라가고, 공책을 엎었다가 손에 들고, 의자에 기대 반쯤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거나, 책상 아래로 기어들어가기도 한다. 적은 소품으로 많은 장면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는데, 극의 연출적 분위기를 아주 귀엽게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고 생각한다. 




Ep2.

동네


/ 전환 /


캐릭터 전환극을 굉장히 좋아해서, 한 배우가 여러명을 연기하는 극을 일부러 골라보는 편이다. 모르고 갔는데 에피소드 2 '동네'도 

캐릭터 전환 형식이라는 설명을 보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고정 캐릭터가 나오는 장면도 있었고 젠더프리로 진행된 장면도 있었다. 


(1) 이성을 연기할 때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다. 


예를 들어 남성 노동자를 여성 배우가 연기할 때 목소리를 일부러 굵게 내거나, 여성 간호사를 남성 배우가 연기할 때 몸을 살짝 흔든?다거나. 이런 방식의 표현은 사실 성별 이분법을 고착화시키는 나쁜 표현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앞으로 지양되었으면 한다.


(2) 기억의 잔상


"그들은 재난을 마주한 모든 것이 될 수 있으며, 재난을 마주한 것은 사람만은 아니기에 동식물, 건축, 자연에 이르는 모든 것으로 분할 수 있다. 각 장의 모든 것은 장을 이끌어가는 화자의 기억 속에 남겨진 파편 같은 잔상이다"

대본에 쓰여있는 등장 인물에 대한 설명이다. 등퇴장이 명확하지 않고 시공간이 때때로 바뀌는 전환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단지 캐릭터의 전환 뿐만 아니라 장면이 바뀌는 연출에서 조명과 큐브, 소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그림을 자연스럽에 이어갔던 것 같았다. 화자가 나레이션 하는대로 관객을 이끌려갔다.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이미지를 그려가는 극. 



/ 기억에 남는 장면 /


- 원전 사고 이후 사고 수습을 위해 펌프 기사, 잠수부, 광부들이 나선다. 콘크리트 석관으로 발전소를 덮기 위해 3500명의 사람들이 동원되었고 대부분 사망했다. 그들이 연쇄적으로 죽고 다시 일어나고 죽음이 덮어지고 다시 새로운 사람이 투입되는 일련의 과정을 동그랗게 둘러싼 세 배우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고 다시 쓰러지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실제로 쓰러지고 일어서는 배우들의 모습이 바로 앞에서 재연되는 것을 보고 있으니 그 끔찍한 죽음의 수가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총평

다시 한 번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 단 3일 간의 공연으로 끝나기엔 아쉽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연출: 김민정 / 제작: 달 컴퍼니 

작곡작사: 윌 애런슨 & 박천휴

출연: 강필석,이지훈(서인우), 임강희,김지현(인태희), 이휘종,최우혁(임현빈) 

 

관극일시 및 장소 : 08.23 20& 08.26 15(세미막) / 세종M 시어터

0826 세미막 페어강필석김지현이휘종


 

 

오랜만에 후기를 다시 쓴다. 기계적으로 관극만 하다가 여름 동안 잠시 지쳐서 표를 놓고있었는데친구가 '번점 대박' 이라며 데려가줬다. 언젠가 한 번 봐야지, 봐야지하면서 미루고 있었는데 드디어 접한 번점은 진한 여운을 남겨줬다


사실 좀 귀찮았던 것도 있다. 졸업 준비며, 진로 탐색이며 기타등등 현생에 치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 번점을 볼걸 그럼 진짜 현생 좀 잊고 살 수 있었을텐데(?)

 

 



오늘자 캐스팅 보드 

 .

.

 

 

뻘소리지만 끝나고 나오는데 캐슷보드 갈고 있으니까 괜히 눈물나더라...nn번 회전 돈 것도 아니고 겨우 며칠 전에 시작해서 자둘자막으로 보내는 주제에 뭐 그렇게 유난떠냐 싶으면서도 너무 슬펐던ㅠㅠㅜ

  

 

 


 

포토존 티켓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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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안 가셔서 괜히 한 번 올려보구요.... 아 번점 어떻게 보내지ㅠㅠㅠ돌아와 돌아오기만 하면 하자는대로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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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는 후기!

극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끄적인 글을 대부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읽기 편한 글은 아닐 수 있다.

너무 늦은 후기라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일단 기록용으로라도 올려본다.

 

 

/ 대폭 수정된 불편했던 장면들 /

 


(1) 성적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거나 성적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가사, 대사 수정

 

- 초연(2012), 재연(2013)은 연뮤에 큰 관심이 없어서 못 봤지만, 번점 넘버만큼은 꽤 오래 전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눈에 띄었던 장면은 12'그런가봐'에서 남자들은~ 여자들은~ 라고 시작하는 가사를 너희들은~ 우리들은~ 쟤가~ 로 바꿨더라. 특정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개인의 특징으로 축소시켜 설명한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또 현빈이 혜주에게 속옷 선물하는 장면 대신 노란 뱀으로 장난치는 장면으로 수정되었음.

 

- 2막에서 넘버 겨우중 현빈이 혜주에게 한 번만 만져보자, 네 가슴라고 하는 부분도 누드화를 그리는 것으로 대체. 있는 그대로의 너를 그리는 거라는 설명도 붙었다.

 

- 남친 여친보다는 애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특히 더 좋았다.

 

(2) 캐릭터 설정 조정

 

-   먼저, 인우와 인우 아내인 소현씨의 관계 설정이 수정됐다. 우선 가정주부에서 커리어우먼으로 바뀐 것 하나. 그리고 또 다른 것은 소현씨는 태희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인우를 사랑하는 사람처럼 그려졌으며 그에 따라 재연 때 '비난' 넘버에서 하던 '당신이 지금 하는 걸 사랑이라고 하지만 내게도 했던 그 말 더럽고 끔찍해' 라는 가사가 사라졌다. 이쯤되면 속으로 끅끅 오열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가사로 바뀌었는지는 잘 못 들었다(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인우 아내 배우님이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 제자여서라기 보단 그 사람이 태희라는 것 때문에, 결국 나는 이렇게 애썼지만 네가 찾는 사람은 태희구나...라는 체념, 슬픔이 섞인 투로 부르더라.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인우가 소현씨를 사랑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등 떠밀려 결혼하지 않았나 싶은데....그 이유는 소현씨가 자신한테 소홀히 하는거 아니냐고 장난스레 물었을 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답하는 인우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소현씨가 나한테 할 말 없어?”는 대사를 통해 사랑한다, 힘든 일이 있다 등 부부 사이에 있어야할 당연한 교감을 원한다는 말을 던졌으나 인우는 이에 답하지 못한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인우의 결혼생활이 정말 소현씨를 사랑해서 이뤄진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음. 뭐 자세한 내용은 배우가 어떻게 설정했는지 모두 알 수는 없으니 개인적인 상상으로 남겨둔다.

 

 

 

/ 퀴어물? /

 

 

    번점을 퀴어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퀴어가 등장한다고 해서 다 퀴어영화가 아니듯이(대표적인 예시: 아가씨, 메소드 등...) 번점은 캐릭터 관계설정 중에 동성애적인 설정이 있을 뿐 장르가 퀴어극인 것은 아니다


    번점에서 포인트를 맞추는 영역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동요. 퀴어를 보는 사회의 시선은 그저 첫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갈등으로 작용할 뿐이다. 퀴어극, 퀴어영화 등으로 이름붙일 때 중요한 점은 영화의 메시지가 주인공이 퀴어이기 때문에 겪는 여러 사회구조적 폭력에 초점이 맞춰져있느냐인데, 번점은 그저 인우의 사랑을 애틋하게 그릴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겠지.

 

 

 

/ 캐릭터 /

 

 

(1) 촘촘하게 엮인 캐릭터들

 

어떤 더쿠가 말했듯 번점은 이해가 안 될 때 배우가 관객 감정을 멱살 잡고 끌어가는극이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극에서 펼쳐지고 있으나 그러한 상황에서조차 이 캐릭터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자연스럽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즉 그만큼 캐릭터 형성이 촘촘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번점에서는 쓸모없는 캐릭터가 없다. 인우, 태희, 현빈은 물론이고 2학년 5반 친구들 재일이 욱기 등 모두가 필요한 존재다. 그들이 함께한 만들어낸 안정된 공간이 어그러지기 시작하면서 극적 갈등이 생겨난다. 반 친구들, 대학 동기들, 애인사이, 결코 망가지지 않을 것 같던 끈끈한 결합이 이상한 소문’(넘버 제목)의 시작과 함께 균열이 나기 시작하고 긴장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죽음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관객이 2학년 5반 학생들에게 마음을 뺏기는 첫 순간, 이들이 만들어낼 소용돌이에 정처 없이 휩쓸리게 될 것이다.

 

 

(2) 번점 장인 강필석 배우님..그냥 서인우이신 분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흥미로운 스토리,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캐릭터 형성, 걸맞는 배우 캐스팅! 삼박자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면 된다.


초연 때부터 함께했던 배우님이라 그런지 위화감이 전혀 없다. 그냥 서인우 = 강필석. 본인도 이 극을 매우 좋아한다고 하니 말 다했다. 유약해보이는 이미지와 선한 눈, 작은 입매,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인우를 표현하기에 딱이다. 그치만 또 환생한 태희를 보고 혼란에 빠지면서 멘탈 바스라지기 시작할 때는 자신도 자기를 주체할 수 없어서 휘청거리는 인우를 제대로 표현한다. 찰떡......다시 와주세요........()

 

 

 

/ 그럼에도 남는 의문 /

 


번점은 매우 민감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남성과 남성의 사랑, 선생과 제자, 성년과 미성년의 관계의 운명적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생과 제자라는 공적인 관계에서 과연 사랑을 할 수 있는가. 심지어 선생이 먼저 제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다른 제자들이 눈치챌 수 있을만큼 드러나는 상황이 과연 상식적인 선에서 납득 가능한가를 물었을 때 쉬이 답하기 어렵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다. 공연을 보는 도중 이 지극히 당연해보이는 상식이 감정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이유는 인우가 쌓아온 드라마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태희를 만나기 이전의 삶, 이후의 삶, 태희를 잃고 난 이후의 삶이 어땠을지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번지점프를 하다>의 참맛은 바로 이 드라마의 힘에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뒤늦은 후기도 다 썼으니 이제 맘 편히 보내줘야지ㅠㅠㅠ 안녕 인태희, 안녕 서인우

지인이 서강대에서 30분짜리 공연을 한대서 가 봤다. 로욜라 동산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서 1시간도 아니고 30분짜리 공연이라니 어리둥절해 하며 올라갔는데, 한 공연이 아니라 무려 경연대회였다. 공연 경연대회!


총장배 공연강연대회라니. 대상 300만, 최우수 200만, 우수 1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려있더라. 것도 참여팀의 절반은 상금을 탈 수 있었다. 

우리 학교는 총장배 경연대회라고는 축구대회 뿐인데... 몸이 꼬일 정도로 부러웠다. 야외에 무대를 만들정도의 스텝을 갖추고 있다는 것과 콘솔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경연대회에 참여할 공연팀이 8팀이나 된다는 것! 부럽고 부럽다. 


아 공연 만들고 싶다.


지인의 공연은 나름 재밌었다. <기억가게>라는 제목의 뮤지컬이었는데, 방관자의 입장을 다룬 극이더라. 내용 구성은 꽤 튼실했다. 기억가게에 찾아온 세 명의 학생이 사실 학교폭력 가해자, 또다른 피해자(이자 방관자), 방관자였고, 죽은 학생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는 내용. 죽은 학생은 학폭에 대항하려다 실패하고 학폭피해자로 시달리다 자살한 사람이었다. 경연대회에서 충분히 상 받을 만한 구성이었다고 생각하는데...받으면 꼭 밥 사주길ㅋㅋㅋ 


아, 웃겼던 건 넘버 중에 너도 좆같아~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장조 진행이라서 너무 안 어울렸음. 멜로디는 밝고 명랑한데 가사가 너도 좆같아~인데다 야외 무대에서 마이크 쓰다보니 울림이 심해서 좆같아~(좆같아ㅈ같아같아아ㅏ) 이렇게 메아리 치는 바람에 사람들 다 빵 터졌다. 흐핳


공연강연대회라니 아 다시 생각해도 부럽고 부러워...

김태웅 극작의 <이> 공연 영상 자료와 무대 사진들 모음

물론 모든 공연 자료들을 모은 것은 아니고 그냥 특징있거나 내가 흥미로워했던 것들만 몇 개 추렸다. 그냥 내 기준임. 




/ <평론 2013 04 /


http://webzine.e-stc.or.kr/03_story/plan_view.asp?Idx=248

 



/  2006 뮤지컬 <>  /

 

http://www.newsculture.tv/sub_read.html?uid=212&section=sc158&section2=PLAY

연출: 김태웅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기간: 20061231일까지




/  2007 뮤지컬 <공길전> /

 

https://www.youtube.com/watch?v=AfBNdjQimLo (45분짜리 영상)

: 개인적으로 별루...




/  2009. 연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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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공연기간: 2009.06.09~07.08



연극 <엘렉트라>


연출: 한태숙 / 원작: 소포클레스(각색: 고연옥)

출연: 장영남(엘렉트라), 서이숙(클뤼타임네스트라), 박완규(아이기스토스), 백성철(오레스테스),박수진(크리소테미스)

(관극일시 및 장소 : 18.05.02 20시, LG 아트센터)

+ 5/2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도 참여했음. 관대에는 한태숙 연출님과 장영남, 서이숙, 박완규, 백성철, 박수진 배우님이 참여하셨다. 


한태숙 연출님의 극 구성력은 정말 대단하다. <오이디푸스>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TK의 수업과 그 때의 프로그램북을 몇 번 다시 읽어봤는데 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말 명확하고 그 메세지를 극적(이게 중요!)으로 나타내는 법을 정말 잘 아시는 분인 것 같다. 배워볼 기회가 있으면 정말 영광일텐데....한태숙 연출님은 정말로 배우고 싶은 분. 특히나 정형성을 거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신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만큼 관객에의 신뢰가 높고, 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기 때문이겠지. 그 자신에게도 그러하고 말이다. 


엘렉트라는 정말 재밌고, 오랜만에 만난 잘 만든 극이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스포) 역시 진부한 반전이 아니라 인물의 평범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는 점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나는 극이 가지는 일관성과 대사 사이의 논리적 통일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한태숙 연출님 역시 그 과정을 매우 꼼꼼하게 따지시는 것 같았다. 극이 끝난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엘렉트라는 1년 동안 만들어진 극이었는데 그 시간이 오래가 아니었다, 짧은 시간동안 구상한 극이었다, 고 스스로 평하신 말을 듣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기야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나온 극이니 극을 만드는 사람들, 배우들, 무대, 조명, 사운드 모두가 하나의 메세제를 담고 있겠지. 그럴만 하다. 극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엘렉트라 안에서는 정말 해야할 말이 많은데, 꼭지를 나눠보자면 

1) 엘렉트라와 '여성성' , 2) 신과 인간 3) 정의란 무엇인가 4) 보편적 인간 vs 영웅 

대충 이렇게 나눌 수 있겠다. 말로 풀어내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니... 일단 꼭지만 나눠놓고 나중에 한 번 더 글을 쓰도록 하겠다. 


간단하게만 정리해놓고 나중에 이 틀을 토대로 다시 제대로 올릴 예정. 


1) 엘렉트라와 여성성

: 이 꼭지에서는 엘렉트라의 소위 정신적 '남성성'과 신체적 '여성성' 을 다룰 예정. 그리고 나아가 이 극이 갖게되는 여성해방적인 의미를 다룰 것.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럴 단어를 찾지 못하는게 아쉽다. 말해두지만 여기서 '남성성'과 '여성성'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임을 미리 밝힌다. 

엘렉트라는 '남자가 되고 싶은 여성' 이었음. 하지만 엘렉트라가 가지는 사랑에의 결핍과 정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엘렉트라의 궁극적 지향은 결코 남성과 여성과의 대립 안에 갇히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극이 가지는 함의가 대단하다고 볼 수 있음. 소위 '페미니즘 극'이라고 나오는 여성 vs 남성 구조의 흔해빠진 급진주의 페미니즘 극보다 훨씬 여성해방론적인 의미를 깊이있게 담아내는 극. 

+ 여기서 크리소테미스 얘기도 해야 한다. 


2) 신과 인간

: 클뤼타임네스트라 vs 엘렉트라

포스터에서 드러난 두 주인공의 치열한 대립각을 다뤄야 함. 여기서 신이란 흔히 추구되어 왔던 본질적 존재, 절대적인 진리 뭐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엘렉트라는 개인, 상대적인 가치, 보편도덕에 반하는 정의, 이런 것으로 읽힐 수 있겠다. 


3)  정의란 무엇인가

: 엘렉트라가 그토록 추구했던 정의란 무엇일까? 정의라는 것은 있을까? 아직 생각이 많아서 무슨 얘기를 중점으로 다뤄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음. 일단 떠오르는 것만 여러개 적어보면, 

- 시대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 듯.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 저항군 모두가 다르게 생각하는 정의. 그들의 정의는 서로서로 충돌하고, 하나의 결집을 모아내지 못한다. 그렇기에 아이기스토스의 군대(?)에게 밀리기도 하고, 그 안에서 배신에 배신으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함.  

- 한편, 오레스테스는 이런 세태를 떠나서 모든 것을 잊고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데, 그의 평화는 결국 의무와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히고 만다. 그들이 오레스테스에게 내미는 책임은 무엇으로부터 온 걸까. 무엇을 위한 것일까.


4) 보편적 인간 vs 영웅

: 한태숙 연출님이 선호하는 영웅의 범인화.

엘렉트라는 결국 위인이 아니었고, 클뤼타임네스트라 역시 그러했다. 그 둘은 치열하게 대립하고 대단히 영웅적인 카리스마를 보이지만 결국 모두 죽고 ***(스포)가 승리함. 이 ***의 등장으로 이들은 모두 하나의 스쳐지나가는 역사가 되고, 어떤 대단한 변곡점으로 남기보다 그들은 모두 역사를 이루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여진다. 삶으로 채워진 역사인 것임. 



언제 글을 다시 쓸 수 있을까!!! 수정하지 않고 새 글을 팔지, 아님 이 글에서 수정해서 글을 올릴지도 고민이다. 아마 새 글을 파지 않을까 싶은데...암튼. 잘만 쓰면 기사로도 기고해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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